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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어머니와 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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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승열 작성일17-07-17 16:04 조회1,8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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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어머니와 며느리

내 나이 11살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내 아래론 여동생이 하나 있다.
전업 주부였던 엄마는 그때부터 생계를 책임지셔야 했다.
못 먹고, 못 입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여유롭진 않았다.

대학졸업 후, 입사 2년만에 결혼을 하였다.
처음부터 시어머니가 좋았다.
시어머님도 처음부터 날 아주 마음에 들어 하셨다.

10년 전,
결혼 후 만 1년 만에 친정엄마가 암 선고를 받으셨다.
난 엄마 건강도 걱정이었지만 수술비와 입원비 걱정부터 해야 했다.
남편에게 얘기했다.
남편은 걱정 말라고 내일 돈을 융통해 볼 터이니
오늘은 푹 자라고 얘기해 주었다.

다음 날,
친정엄마 입원을 시키려 친정에 갔지만, 엄마도 선뜻 나서질 못하셨다.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이 몇 개 있으니 4일 후에 입원하자 하셨다.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그 때, 시어머님의 전화가 왔다.
"지은아. 너 울어?
울지 말고, 내일 3시간만 시간 내 다오"

다음 날 시어머님과의 약속장소에 나갔다.
시어머님이 무작정 한의원으로 날 데려가셨다.
미리 전화예약을 하셨는지 원장님께서 말씀하셨다.
"간병하셔야 한다고요?"
그리고는 맥을 짚어보시고 몸에 좋은 약을 한 재 지어주셨다.
그리고 백화점에 데려가셨다.
솔직히 속으론 좀 답답했다.
죄송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트레이닝 복과 간편 복 4벌을 사주셨다.
선식도 사주셨다.
그리고 함께 집으로 왔다.

어머니께서 그제서야 말씀하시기 시작했다.
"환자보다 간병하는 사람이 더 힘들어.
병원에만 있다고 아무렇게나 먹지 말고, 아무렇게나 입고 있지 말고.."
하시며 봉투를 내미셨다.
"엄마 병원비에 보태 써라~.
네가 시집온 지 얼마나 됐다고 돈이 있겠어...
그리고 이건 죽을 때까지 너랑 나랑 비밀로 하자.
네 남편이 병원비 구해오면 그것도 보태 써...
내 아들이지만, 남자들은 유치하고 애 같은 구석이 있어서
부부싸움 할 때 꼭 친정으로 돈 들어간 거 한 번씩은 얘기하게 되어있어.
그니까 우리 둘만 알자."

마다했지만 끝끝내 내 손에 꼭 쥐어주셨다.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시어머님께 기대어 엉엉 울고 있었다.
2천만원이였다...

친정엄마는 그 도움으로 수술하시고 치료받으셨지만,
이듬 해 봄... 돌아가셨다.

병원에서 오늘이 고비라고 하였다.
눈물이 났다.
남편에게 전화했고,
갑자기 시어머님 생각이 났다.
나도 모르게 울면서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시어머님은 한 걸음에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남편보다 더 빨리 병원에 도착하셨다.

엄마는 의식이 없으셨다.
엄마 귀에 대고 말씀 드렸다.
"엄마... 우리 어머니 오셨어요...
엄마...... 작년에 엄마 수술비 어머님이 해주셨어.
엄마 얼굴 하루라도 더 볼 수 있으라고..."

엄마는 미동도 없으셨다.
시어머님께서 지갑에서 주섬주섬 무얼 꺼내서 엄마 손에 쥐어주셨다.
우리의 결혼사진이었다.

"사부인... 저예요..
지은이 걱정 말고. 사돈처녀 정은이도 걱정 말아요.
지은이는 이미 제 딸이고요....
사돈처녀도 내가 혼수 잘해서 시집 보내줄게요..
걱정 마시고 편히 가세요..."

그때 거짓말처럼 친정엄마가 의식 없는 채로 눈물을 흘리셨다.
엄마는 듣고 계신 거였다.

가족들이 다 왔고
엄마는 2시간을 넘기지 못하신 채 그대로 눈을 감으셨다.
망연자실 눈물만 흘리고 있는 날 붙잡고
시어머니께서 함께 울어주셨다.

시어머님은 가시라는 데도 3일 내내 빈소를 함께 지켜주셨다.
우린 친척도 없다.
사는 게 벅차서 엄마도 따로 연락 주고받는 친구도 없었다.
하지만 엄마의 빈소는 시어머님 덕분에 3일 내내 시끄러웠다.
"빈소가 썰렁하면 가시는 길이 외로워..."

친정 엄마가 돌아가시고 시어머님은 내 동생까지 잘 챙겨주셨다.
가족끼리 외식하거나, 여행 갈 땐 꼭 내 동생을 챙겨주셨다.

내 동생이 결혼을 한다고 했다.
동생과 시어머님은 고맙게도 정말 나 이상으로 잘 지내주었다..
시어머님이 또 다시 나에게 봉투를 내미신다.
"어머니. 남편이랑 따로 정은이 결혼 자금 마련해놨어요.
마음만 감사히 받을게요"
도망치듯 돈을 받지 않고 나왔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문자가 왔다.
내 통장으로 3천만원이 입금되었다는 은행 메시지였다
그 길로 다시 시어머님께 달려갔다.
어머니께 너무 죄송해서 울면서 짜증도 부렸다.
안받겠다고...

시어머님께서 함께 우시면서 말씀하셨다.
"지은아... 너 기억 안나?
친정 엄마 돌아가실 때 내가 약속 드렸잖아.
혼수해서 시집 잘 보내주겠다고...
나 이거 안 하면 나중에 네 엄마를 무슨 낯으로 뵙겠어"

시어머님은 친정엄마에게 혼자 하신 약속을 지켜주셨다.
난 그 날도 또 엉엉 울었다.
시어머님께서 말씀하신다.
"순둥이~ 착해 빠져가지고 어디에 쓸꼬....
젤 불쌍한 사람이 도움을 주지도, 받을 줄도 모르는 사람이야...
그리고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하고 울고 싶을 땐 목 놓아 울어버려"

제부될 사람이 우리 시어머님께 따로 인사 드리고 싶다 해서 자리를 마련했다.
시부모님, 우리부부, 동생네.
그 때 시어머님이 시아버님께 사인을 보내셨다.

그 때 아버님께서 말씀하셨다.
"초면에 이런 얘기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사돈처녀 혼주 자리에 우리가 앉았음 좋겠는데... "
혼주 자리엔 사실 우리 부부가 앉으려 했었다.
"다 알고 결혼하는 것이지만,
그 쪽도 모든 사람들에게 다 친정 부모님 안 계시다고
말씀 안 드렸을 텐데 다른 사람들 보는 눈도 있고...."

그랬다.
난 거기까진 생각을 못했던 부분이었다.
내 동생네 부부는 너무도 감사하다며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내 동생은 우리 시아버지 손을 잡고 신부입장을 하였다.
내 동생 부부는 우리 부부 이상으로 우리 시댁에 잘 해주었다.

오늘은 우리 시어머님의 49제였다.
가족들과 동생네 부부와 함께 다녀왔다.
오는 길에 동생도 나도 많이 울었다.

오늘 10년 전 어머니와 했던 비밀 약속을 남편에게 털어 놓았다.
그 때, 병원비 어머니께서 해주셨다고...
남편과 난 부둥켜 안고 시어머님 그리움에 엉엉 울어버렸다.....

난 지금 아들이 둘이다.
난 지금도 내 생활비를 쪼개서 따로 적금을 들고 있다.
내 시어머님께서 나에게 해주셨던 것처럼,
나도 나중에 내 며느리들에게 돌려주고 싶다.

내 휴대폰 단축번호 1번은 아직도 우리 시어머님이다.
항상 나에게 한없는 사랑 베풀어주신 우리 어머님이다.
어머님....
우리 어머님...
너무 감사합니다.

어머니 가르침 덕분에 제가 바로 설 수 있었어요.
힘들 시간 잘 이겨낼 수 있었고요..

어머님...
정말 사랑합니다...
그립습니다...
제가 꼭 어머니께 받은 은혜,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고 사랑하고 나누며 살겠습니다....
너무 보고 싶어요...

- 수기공모 大賞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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