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본질로 돌아가자

 한국교회가 한국사회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이 땅에 사는 사람이라면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기독교와 무관하게 살았다고 말할 수 없다. 토속 종교인 샤머니즘이 우리 뼛속 깊이 스며있지만 그래도 개화기를 넘어서면서 한국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느 면으로 보나 소위 말하는 기독교문화인 미국문화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미국문화를 전수한 조선에 온 선교사들의 성실과 헌신이 한국교회의 오늘이 있게 했고, 오늘의 한국 사회의 초석이 되었다. 이런 저런 측면에서 기독교는 우리 민족에게 희망을 주었고 지금 역사의 주역들이 직간접으로 기독교의 수해를 입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작금 우리민족에게 기독교는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면을 많이 드러내고 있다. 교회안의 부도덕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고,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사역과 도덕성이 심각하게 불신을 초래했다. 목사, 장로, 권사, 집사라는 성직을 가진 분들이 대통령, 총장, 국회의원, 검찰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포진해 있으면서 그들이 받은 비난만큼이나 기독교는 손상을 입었다. 기독교인들을 통해서 전파되어야 할 예수님이 오히려 기독교인들에 의해서 방해를 받고 있다. 물론 그 비판의 객관성이나 공정성은 차재하고라도 우리 기독교편에서 양심적으로 부정적인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기독교인들의 도덕성이 천사 같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상식선에서 이해만 되어도 훌륭하리만큼 우리 사회는 타락해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독교의 특성이 다양성과 일치이기 때문에 다양한 목소리와 행동들이 다양한 색깔로 우리 사회에 기여하지만 그 다양성의 기본에 문제가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 한국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 신앙의 본질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되었다. 본질이라는 게 다른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주님과 나와의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다. 진심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교회가 본질에서 벗어날 때 징계하셨다. 그 징계의 목적은 하나님과의 본질로 돌아가게 하려는 것이었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본질은 그들을 애굽에서 구원하신 하나님을 절대 의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이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않도록 할례를 행했다. 그러나 그들의 하나님에 대한 불신앙이 결국 광야에서 원망하고 불평했다. 광야에서 태어난 제2세대 국민들은 여호수아와 함께 요단강을 건넌 후 길갈에 강 속에서 들고 나온 12개의 돌들로 기념비를 세웠다. 요단강을 건너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않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거기서 할례를 행하고 길갈의 이름이 ‘굴러 갔다’는 뜻으로 명명되었다. 죄가 굴러갔다는 뜻이다. 그들이 전쟁 중에나 삶에 지쳐 힘들 때 붙잡아야 할 본질이 길갈이었다. 가나안 땅에 정착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하나님과의 관계, 즉 신앙의 본질에서 벗어나자 하나님은 선지자들을 보내서 하나님과의 관계의 본질로 돌아가라고 권면했으나 그들의 타락상은 형식적인 제사만 남았을 뿐이지 결국 마음까지 우상에게 빼앗겼다. 이에 하나님은 그들에게 본질을 회복하게 하시려고 바벨론 포로로 잡혀 가게 하셨다. 나라가 망하고 그들이 의지하던 성전도 처참하게 무너졌다. 신앙은 건물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가 본질임을 보여 주신 것이다. 그 결과 70년 동안 그들은 뼈에 사무치도록 하나님과의 관계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포로에서 귀환한 그들은 정신을 차리고 하나님의 성전을 재건하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게 되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또 그들은 본질에서 벗어나 교만하여 민족주의 중심의 유대교로 전락한다.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의 역할은 이제 좀 드러나지 않았으면 한다. 기독교가 핍박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안으로 내실을 기하자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개인적으로 교회적으로 그것을 고민하고 기도하고 실천하자. 본질은 언제나 우리를 바로 세우기 때문이다. 본질과 기본기에 충실한 선수가 실전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2017.6.14. 목포새한교회 전희문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