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끝이 시작보다 낫다

 우리는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그것도 18가지 죄로 기소되어 재판정에 서는 모습을 또 보게 되었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정권을 찬탈한 죄로 40년 지기 동지로 나란히 섰던 바로 그 법정에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40년 지기 S자매 최순실이 함께 나란히 법정에 섰다. 그렇게도 위풍당당하고 자신만만하던 취임식 때를 생각하면 그 차이가 천국과 지옥을 보는 듯하다. 더 아이러니컬한 것은 같은 날 자살로 억울함을 대변하고 생을 마감한 노무현 대통령의 8주기가 봉하 마을에서 이전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성대하게 진행되었다. 이 날 당대 논두렁에 버려진 시계를 증거물로 누명을 씌워 노무현 대통령을 단죄했던 검찰책임자가 논두렁에 버려진 시계는 없었고 국정원이 조작한 것이라고 폭로하는 메시지도 나왔다. 권력의 야비함과 무상한 얼굴을 다 보게 된 셈이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마지막은 불행했다. 망명가거나 자식이 자살하거나 본인이 암살당하거나 자살하고, 자식이나 형제가 감방에 갔다. 그만큼 권력이 위험한 것이라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성경에 나오는 솔로몬왕은 그 특징이 지혜의 왕이다. 뿐만 아니라 명예와 부에 있어서 전무후무한 왕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말년은 불행했다. 그의 말년의 고백록인 ‘전도서’에서 그는 인생무상과 권력무상을 경고하고 지혜로운 삶에 대해서 설파하고 있다. 전도서 7장에 보면 명예와 재물을 가진 자들에 대한 중요한 몇 가지 권고가 있다.

좋은 이름이 재물보다 낫다.
히브리인들에게 있어서 이름이란 어떤 사람에 대한 단순한 명칭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격 자체를 대변한다. 그래서 ‘좋은 이름이 좋은 기름(재산)보다 낫다’고 한다.(전7:1) 좋은 이름이란 그 사람에 대한 훌륭한 명예를 가리킨다. 또한 자신의 이름이 오래도록 기억되는 것을 대단히 명예로운 일로 간주했다. 그래서 ‘죽는 날이 출생하는 날보다 낫다.’고 한다. 사람이 이 세상에서 좋은 명성을 쌓으며 살다가 죽는 것이 어리석고 우매한 가운데 고통과 고난을 당하며 살지도 모르는 삶의 시작의 날보다 낫다는 것이다. 그러나 죽음을 애찬 하는 염세주의자로서 말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진정한 명예를 얻는 지혜로운 삶을 강조하고 있다.

진정한 인생의 즐거움을 위해 죽음을 기억하라.
그래서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나으니 모든 사람의 끝이 이와 같이 됨이라 산 자는 이것을 그의 마음에 둘지어다,’(전7;2) '초상집'이란 문자적으로는 죽음으로 상실의 고통을 당하는 집이다. 그리고 '잔치 집'이란 술을 마시며 희락을 즐기는 곳이다. 인생을 너무 가볍게 쾌락을 즐기면서 사는 것 보다 인생에 대해 보다 진지하고 숙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지혜다. 그래서 ‘슬픔이 웃음보다 나음은 얼굴에 근심하는 것이 마음에 유익하기 때문이니라. 지혜자의 마음은 초상집에 있으되 우매한 자의 마음은 혼인집에 있느니라.’고 한다.(전7:3~4) 

탐심을 경계하고 또 경계하라.
‘탐욕이 지혜 자를 우매하게 하고 뇌물이 사람의 명철을 망하게 하느니라.’(전7:7) 탐심이 초심을 잡아먹고, 탐심이 아름다운 이름의 명예를 더럽힌다. 탐심은 악의 출구요, 사탄이 의인을 잡아먹는 그물이요 모든 공직자들의 최후를 망치는 독약이다. 아름답게 시작은 했으나 끝이 불행한 이유는 모두가 이 탐심의 덫에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십계명의 마지막 계명은 ‘네 이웃을 탐내지 말라.’고 한다. 청와대에 빈손으로 들어가서 빈손으로 나오겠다는 문대통령의 굳은 각오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처음에 그런 마음이 없었을까? 문제는 그 초심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다. 나는 탐심에 있어서 인간 문재인은 믿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믿는 하나님은 믿는다. 그러므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진심으로 모든 부귀영화의 근본이신 하나님을 의지하기 바란다. 솔로몬의 실패는 하나님과의 관계의 실패에서 시작되었다. ‘일의 끝이 시작보다 낫고 참는 마음이 교만한 마음보다 낫다.’(전7:8)
(2017.5.23. 목포새한교회 전희문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