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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아무나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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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해경집사 작성일16-10-25 09:41 조회4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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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아무나하면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기습적으로 임기 내 개헌추진 의사를 밝혔다.
 “1987년 개정돼 30년간 시행되어온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과거 민주화 시대에는 적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됐다”며 “정략적 목적이 아닌 대한민국의 50년, 100년 미래를 이끌어 나갈 미래지향적인 2017년 체제 헌법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 개헌 조직을 즉각 설치하겠다는 실행 계획과 함께 국회도 조속히 개헌특위를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말하는 사람의 나쁜 의도를 뺀다면 문자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이 개헌은 국가를 운영하는 권력의 틀을 바꾸는 매우 중요하면서도 위험한 작업이다. 그래서 정말로 나라를 위한 개헌이라면 몇 가지가 확실하게 담보되어야 한다. 그것은 국민의 동의와 개헌의 합당한 주체와 투명한 절차다.

첫째는 절대 다수 국민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동안 나라를 사랑하는 뜻있는 사람들, 특히 권력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들에 의해서 1987년에 개정돼 30년간 시행되어온 현행 5년 단임제 대통령제가 개정되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어 왔다. 그리고 많이 무르익어왔다. 그것은 기대했던 권력이 실망을 안겨주는 정권말기마다 필수 메뉴처럼 나왔다. 부패의 원인이 대통령에게 권력이 너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87년 당시에는 민주화의 공적인 독재를 막는 것이 단임제라는 과제 때문에 시대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래서 시대적 사명을 다했다는 데는 모두가 찬성한다. 실제로 언론에 발표되고 있는 여론조사를 보면 개헌에 대한 찬성이 과반수를 넘은 것 같다. 반대하는 쪽도 헌법이 문제가 아니라 운용하는 권력이 문제라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해석한다면 보다 더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며 우리의 민주주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새로운 법으로 바꾸는 것도 타당하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국민적 합의다.

둘째는 개헌 주체 세력의 진정성과 투명한 절차가 전제되어야 한다.
개헌은 정치권의 이해관계나 권력자의 의도를 떠나 주권자인 시민이 참여하고 주도해야 한다. 개헌은 시민의 뜻을 모으는 것이 우선이다. 지금 박 대통령의 개헌 추진은 자신의 입장이나 그 내용과 방법, 시기 등에서 모두 부적절하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지금까지 ‘민생경제의 어려움’과 ‘엄중한 국제 정세’를 강조하며 현시점에 개헌을 추진하면 모든 현안이 블랙홀처럼 빠져든다고 주장했다. 이런 박 대통령이 시민과 정치권이 원하고 있다며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꾼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은 또 1987년 헌법 체제가 지금과는 맞지 않는다며 5년 단임제의 폐해 등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서만 집중 언급했다. 기본권 강화나 87년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의제들은 외면했다. 외교·안보 정책이 정권에 따라 바뀐 것이 마치 단임제의 폐해인 양 언급하며 자신의 실책을 덮는 무책임함까지 보였다. 개헌에는 그 절차의 투명성이 생명인데 박 대통령이 직접 개헌을 주도하겠다면서 어느 쪽으로 끌고 갈지 밝히지 않아 개헌의 방향을 믿을 수도 없다. 지금 현 정권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등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몰려 있다. 대통령과 친분 있는 주변 인물들이 법과 질서를 초월하여 국정을 농단한 증거들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것들이 사실로 밝혀지면 현 정권은 헌법을 유린하고 초법적인 정권을 운영한 죄로 탄핵감이다. 새로운 권력구조를 위한 헌법 개정을 논할 자격이 없다. 누가 봐도 개헌을 빌미로 블랙홀에 빠진 정권의 위기를 개헌의 블랙홀로 때우려는 꼼수다. 나라의 꼴이 말이 아니다. 외교도 실패했고, 남북관계는 이미 파경으로 가고 있다. 정권은 속속들이 부정부패로 물들었고 그 무능함을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알 수 없다. 그것이 경제위기로 몰고 가고 있다. 적어도 이 정권은 개헌을 논할 자격이 없다. 2007년 1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4년 중임제 개헌을 제안했을 때 야당의 대선후보였던 박 대통령은 “민생경제를 포함해 국정이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있는데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며 “참 나쁜 대통령이다. 국민이 불쌍하다”고 했다. 지금이 그렇다. 참 나쁜 대통령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정말 불쌍하다.
(2016.10.25. 목포새한교회 전희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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