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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봉제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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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해경집사 작성일16-10-11 09:43 조회4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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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봉제의 그림자

 노사관계가 심상치 않다. 사실 언론보도가 약해서 그렇지 봄철도 아닌데 노조파업 투쟁이 우리 경제에 어두운 먹구름을 몰고 오고 있다. 그 원인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성과연봉제가 그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가 작년부터 성과연봉제를 들고 나오더니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일부 공공기관 노조가 파업으로 맞서고 있다.

성과연봉제는 호봉제와 어떻게 다른가?
기존의 호봉제는 임금이 근속연수와 직급에 따라 책정된다. 그러나 성과연봉제는 임금이 능력이나 실적에 따라 책정된다. 경영자들은 노동자 개인별로 임금을 차등지급하기를 원한다. 그래야 노동자들이 보다 열심히 일도하고 고분고분해져서 노동통제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정부나 기업 같은 찬성 측이 말하는 성과연봉제의 장점은 금전으로 노동자를 재촉하여 노동자들의 노력 증대와 함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우수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월에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지금까지의 연공서열식 호봉제도는 직원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동기를 부여하기도 어렵고, 우수한 인재들을 길러내기도 힘들다”고 한 말이 그 말이다. 그러나 노조에서는 임금을 결정할 때 노조의 선임권, 즉 근속연수에 바탕을 두기를 바란다. 이 제도는 노조가 주장한대로 노동 강도를 강화하고 노동통제를 심화하고 노동조합의 조직문화를 파괴하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먼저 동료들을 제치고 높은 성과를 올리려고 설치는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다. 돈의 위력이다. 그 결과 다수가 배제되고 심지어 해고자나 자살자도 나올 수 있다. 회사에는 동료애가 사라지고 비인간적인 경쟁으로 직장이 동물들이 사는 정글이 되어 약육강식이 심화될 것이 뻔하다. 조합의 아름다운 문화는 파괴되고 내가 아는 기술을 동료에게 가르쳐주지 않으려 할 것이다. 직장은 상관에게 잘 보이려는 아첨꾼들로 들끓게 될 것이다. 어차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인사평가보다 상관의 자의적인 평가가 한 노동자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아첨하기 싫어하는 강직한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고도 제대로 평가를 못 받아 월급이 삭감당하고 무너진 공의에 실망하여 자살의 길을 택할 수도 있다. 인간 공동체의 생명력은 다양성인데 그 다양성이 붕괴되므로 결국 그 직장은 망하고 생산터전이 무너지므로 우리 경제는 더 피폐하게 될 것이다. 홉스의 말처럼 “만인이 만인에 대한 늑대”가 될 것이다.

모든 조직은 다양한 사람들의 신뢰와 화합이 생명이다.
성과연봉제는 신뢰와 화합을 파괴하면서 소수의 기회주의자를 양성하는 제도다. 성과연봉제가 어떤 경우에는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것과 같은 단순한 반복 작업장이다. 그러나 조금만 복잡한 노동에 들어가도 유효하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이 많다. 노동계 전체를 성과연봉제로 묶는 것은 아무리 자본주의 세상이라지만 기회균등과 인권을 무시하는 경제민주주의의 대의에 대한 퇴보이다. 더 마음 아픈 것은 정부가 이처럼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제도를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므로 또 다시 부자들에게 기회를 주고 서민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정부의 방침에 얍삽하게 협조해서 정부로부터 보너스를 타가는 공기업들도 생기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옛날 노동문화에 잔뼈가 굵어서인지, 그 향수인지 경쟁지상주의를 믿고 대학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말았다. 그 결과 교수들은 실적 올리는 기계로 전락했고 대학은 자본주의 논리와 재벌 사학들의 농단으로 사학의 본질을 상실하고 있다. 직장을 짐승들이 사는 정글로 만들면 안 된다. 정글로 만들 바에는 차라리 기계로 채우는 것이 낫다. 직장은 삶의 소중한 시간들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이 만나고 일하는 가족이다. 성과를 위해서 돈이라는 채찍을 휘둘러서 서로 경쟁시키는 것만 능사가 아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잘 쉬게 하는 것도 일에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또한 서로 격려도 하고 함께 웃고 우는 신뢰를 통해 화합하므로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일들을 이루어 내는 인간들의 작업장이 되게 해야 한다. 정부는 성과연봉제의 그림자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2016.10.11 목포새한교회 전희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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