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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감성을 회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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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해경집사 작성일16-10-05 09:40 조회4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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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감성을 회복하자

 정신없이 살다보니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계절은 분명히 가을인데 우리의 정서는 가을이 아니다. 삭막한 삭풍이 불고 있다. 사람냄새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청와대와 국회가 소통이 안 된지는 이미 오래되었고, 청와대도 정치도 국민과는 전혀 상관없이 외나무다리 위에서 대치하고 있다. 한 사람이 물대포 맞고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 그리고 거의 1년 만에 죽었는데 시체를 부검하겠다고 하니 망자를 향한 인간적인 예우도 유족들을 위한 배려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흉악한 법 논리로 사람을 구타하는 몽둥이로 변했다. 같은 동료들이 다 외인사라고 하는데 눈 뻔히 뜨고 병사라고 진단한 의사는 누군가의 외압에 순종하는 병사(兵士)처럼 보인다. 노사관계는 서로를 이해하는 인간적인 냄새가 없다. 전쟁하듯이 서로를 공격만하고 있다. 돈보다 일이고 일보다 사람인데 말이다.
온갖 정보는 난무하지만 사람 냄새는 맡을 수가 없다. 모든 것을 법으로만 처리하려고 하는 이 시대 사람들은 가슴을 도려내고 머리만 가지고 사는 변종들 같다. 모든 것은 기계화 되고, 열이면 열 대화 상대는 모두가 손에 든 스마트 폰 기계다. 기계랑 살고 있다. 도대체 인간성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살아온 시간들이 나에게 집중하기 보다는 외부에 휘둘리며 살아왔다. 직접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입장에 몰입하여 정작 중요한 내 자신의 모습에는 소홀했다. 간접적으로는 날마다 접하는 뉴스와 정보 홍수 속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정치인이 되어서 정치를 욕하고, 대통령을 욕하고, 어설픈 경제 지식으로 돼지 같은 재벌들을 비난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사건과 사고들에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나도 모르게 어렸을 때 꿈꾸는 공상과학 세계에 내가 살고 있었다. 이것은 사람이 사는 세상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어느 순간 다가온 싸늘한 가을 향기가 떨어지는 단풍과 함께 말라가던 내 정서를 깨운다. 필자는 계절에 민감하다. 특히 가을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가을에 관한 노래들을 듣다가 문뜩 내 삶이 너무 기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삭막해 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태와 함께 죽어가는 나의 감성에 마음이 아프다. 서점에 들렀다가 <시를 잊은 그대에게>라는 책이 눈에 들어와 그 책을 구입하여 단숨에 읽으면서 잊어버린 시가 아니라 잃어버린 인간성을 찾았다. 기계적이고 논리적이고 딱딱거리며 싸우는 내 안에 있는 어설픈 법 논리나 사회공학이 무너지고 인간다운 감성의 눈물이 회복되었다. 저자 정재찬 교수는 교양 강좌 ‘문화혼융의 시 읽기’를 개설했단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이공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시 읽기 강좌(정재찬 교수의 ‘문화 혼융의 시 읽기)내용을 바탕으로 집필한 시 에세이다. 저자는 각종 스펙 쌓기와 취업에 몰두하느라 마음마저 가난해져 버린 학생들에게 이 책을 통해 시를 읽는 즐거움을 오롯이 돌려주고자 했다. 가슴에 와 닿는 친숙한 시들을 담론으로 풀어서 마치 축제를 즐기듯 문학을 향유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이 책을 통해서 녹슬어 있는 내 안에 인간냄새를 향수처럼 맞게 했다. 사랑과 가난과 슬픔의 순간들. 별이 빛나던 밤의 순수했던 시절들. 눈물은 왜 짜고, 기침과 가래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일과 기다림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잠자는 나의 감성을 일깨웠다. 노동자 시인 박노해는 사람이 희망이란다.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 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시인 천상병은 인생이 소풍이란다. 그래서 허무하고 답답한 인생을 위로한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 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죽으면 다 끝나는 것을 너무 매몰차고 몰인정하게 살지 말자. 사람이 사는 세상이다. 사람다워야 행복한 세상이다. 제발 사람답게 사는 따뜻한 감성으로 차가운 기계세상을 극복하자.
(2016.10.5. 목포새한교회 전희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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