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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3.1 필리버스터가 남긴 것, 토론과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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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6-08-01 11:38 조회4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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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가 남긴 것, 토론과 대화

 47년 만에 부활한 필리버스터가 사람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장과 여운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 그러나 결코 잔잔한 파장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기므로 앞으로 정국에 상당한 변화가 기대 된다. 최근 주요 외신들도 우리 국회의 필리버스터 상황을 자세히 보도했다. 특히 AP 통신은 "세계 역사상 가장 긴 기록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우리 국회에서 진행된 필리버스터는 지난 2011년 캐나다 새민주당(NDP)의 58시간 필리버스터 기록을 경신하고 세계 최장 시간으로 기록됐다.
 
더불어 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29일 저녁 7시30분께 정의화 국회의장을 만나 테러방지법 수정안에 관해 논의한 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협의에 나섰으나 의견 조율에 실패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가 안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이라는 국정원의 감청 권한의 전제 조건에서 ‘상당한’을 제외하는 대신 국정원 관할 상임위원회인 정보위의 상설화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공직선거법을 통과시키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한 글자도 추가로 고칠 수 없다”는 기존입장을 반복했고 결국 새누리당과의 타협안을 마련하지 못한 더불어 민주당은 일부 의원들이 필리버스터를 계속할 것을 주장했으나 선거구 획정 지연에 대한 부담으로 중단을 결단한 듯하다. 이번 게임은 외견상 다수의 파워로 여당이 이긴 것 같다. 그러나 토론과 합의라는 민주주의 기본정신에서는 야당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여야의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이번에 막을 내린 필리버스터는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우리에게 커다란 교훈을 남겼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인 토론과 대화의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배웠다. 필리버스터의 주제가 ‘테러방지법’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도대체 테러방지법이 무엇인지 국민들은 그 구체적인 내용을 몰랐다. 앞뒤도 없이 ‘비상사태’를 운운하니까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필리버스터를 통해서 여당의 안이 무엇이고 야당의 주장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기막힌 것은 의장단이 있고, 연단에 연설자는 있는데 국회의석은 텅 비었다. 의석의 몇 사람이 의사진행을 방해 하고 있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국민들의 관심이다. 방청석은 젊은이들로 가득 찼고, 연일 TV를 통해서 생중계되므로 국민의 알 권리가 충족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동안 언론은 연일 청와대 정무회의 장면과 함께 대통령이 책상을 내리쳤다는 소식만 전달되니까 야당이 뭔가 대단히 잘못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필리버스터를 통해서 야당이 반대하는데도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권력과 국정원이 저지른 지난날의 역사를 곱씨어 보면 당연하다. 자라보고 놀란 토끼 정도가 아니라 과거의 정보부나 안기부에서 고문을 당하고 인권유린을 당한 뼈아픈 경험이 있는 우리로서는 당연히 꼼꼼히 살펴야 한다. 야망에 가득 찬 권력의 속성에 속으면 안 된다.

우리가 사는 사회의 ‘서로 다름’은 우리 삶의 아름다움이면서 동시에 어려움이다. 서로 다른 생각과 이해관계로 엉켜 있는 우리 사회가 그 수많은 이견들을 융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이 대화와 토론이다. 그 대화와 토론을 대신하기 위하여 국민이 뽑아준 사람들이 국회의원이다. 정치란 대화와 토론을 기본으로 하며 그 중심에 국회가 있다. 이번 필리버스터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국회는 일 년 열두 달, 중요한 의제들을 놓고 필리버스터를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보스들의 거수기가 아니라 지역주민을 대변하는 사람들답게 의견을 분명하게 발표하고 소수의 의견도 무시되 않으면서 충분한 토론을 거쳐서 내린 결과에 승복하는 그런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이번에 생소한 듯 갑작스럽게 등장한 필리버스터는 민주주의 공기가 혼탁한 상황에 처한 우리 마음에 창문을 활짝 열어 새로운 공기를 마시는 신선한 시간들이었다. 힘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대화하자.

(2016.3.1. 목포새한교회 전희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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