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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 트라우마 한국사회가 아이들을 죽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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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6-08-01 11:34 조회4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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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한국사회가 아이들을 죽이고 있다

 또 끔찍한 아동 학대 사건이 터졌다. 아버지가 아들을 폭행하고 살해하여 그 시신을 훼손하여 냉장고에 보관했다. 그동안 부모가 자식을 구타하고 살해 한 사건들은 종종 접해서 이제는 새롭지도 않지만 이번 사건은 지금까지의 충격을 넘어서는 또 새로운 충격이었다.
사건의 주인공 최경원 부부에게 부모라는 거룩한 이름은 붙이기도 싫다. 도대체 그들이 사람인가 짐승인가? 그 행위를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자신의 일곱 살 아들을 폭행해 죽음으로 몰고 갔다. 그리고 보통 사람은 상상도 못할 잔혹한 방식으로 아들의 시신을 훼손했다. 사체 일부를 자기 집 냉장고 냉동실에 넣었다. 그의 아내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15평 남짓한 집안 한쪽의 냉장고에 아들의 시신을 넣어둔 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살았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죽은 아들보다 두 살 어린 딸을 키웠다. 최씨의 아내는 딸의 학교 학부모 모임에도 자주 나갔다고 한다. 이것들이 사람인가?
불행하게도 아동 학대 문제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정기적인 뉴스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한 달 전에는 아버지와 그의 동거녀에게 몇 년간 감금된 채 굶주림에 시달리던 11살짜리 여자아이가 맨발로 집을 빠져나와 먹을 것을 찾아다니다가 가게 주인에게 발견되었다. 이 여자아이의 몸무게는 5~6세 아동의 체중인 16㎏에 불과했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아동학대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온 나라가 떠들고, 법을 고치고, cctv를 설치해도 전국 곳곳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교사의 가혹 행위가 줄을 이었고, 계부나 계모에 의한 아동학대 사건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은 이미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2014년에 아동학대로 인정된 피해 사례는 1만5025건에 이른다. 이 중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2001년부터 2014년까지 아동학대로 숨진 어린이는 126명이나 된다. 이런 아동 학대의 81.5%가 가정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데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어린아이의 생명을 담보하는 가정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심각하게 붕괴되고 있는 우리사회의 미래를 보여 주고 있다.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현실적으로 붕괴되고 있다는 증거다. 젊은이들이 결혼하기가 힘들다. 결혼해도 아이 기르기가 겁이 나서 출산을 못한다. 출산을 한다고 해도 이런 스트레스와 상처 속에서 자란 부모들이 자신들 속에 있는 상처들이 준동하면 그 아이를 죽일 수도 있다. 아동학대가 지극히 평범한 우리들 가정에서 다반사로 자행되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역기능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범죄 심리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아동 학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붕괴한 가족의 피해자들이라고 한다. 그들 곁에는 그들의 아픔을 감싸줄 가족이나 이웃 공동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실직이나 무직, 20대 초반의 혼인과 출산, 컴퓨터 게임 중독, 부모의 역할에 대한 무지 등이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정신없이 물질만 추구하면서 정작 소중한 삶의 가치들을 상실한 한국사회의 트라우마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니까 아동학대는 이런 우리 사회가 양산한 아버지들에게서 나타나는 우리들의 행위다. 우리 모두가 공범이다.
공범이라면 우리 모두가 회개하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국가적으로 유관기관들이 실효성 있는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특단의 법과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악화된 질병에 극약을 처방하는 것이고 보다 더 폭 넓게 그리고 장기적으로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우리 각자가 착하고 정직하게 살기를 노력하는 것이고, 사회지도자들이 미래를 설계하는 마음으로 정의롭고 공평한 사회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 교회는 이 일에 더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빛과 소금의 역할을 실천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를 소중하게 여기고 함께 사랑하며 가꾸어 가자. 토양이 좋아야 열매가 튼실하다.

(2016.1.20. 호남기독신문 사설. 목포새한교회 전희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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