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역사책인가?

 난데없는 국정교과서 논쟁이 온 나라를 싸움판으로 만들었다.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 보다 더 비극적인 것은 국정교과서 논쟁이 나라를 완전히 두 쪽으로 갈라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쪽에서는 올바른 역사책을 위하여 진지한 논의나 합의 과정이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또 한쪽에서는 이에 반발하여 일방적으로 반대하는 모습이 이 나라의 정치수준을 말해 주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분열은 나라의 비극이다. 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논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원칙이 없는 법집행과 논의의 과정과 타협이 없는 정치가 분열의 씨앗이다. 이 나라에서 이런 유형으로 인한 분열의 역사적 뿌리는 매우 깊다. 그 오랜 세월 이어온 당파싸움이 그것이다. 통일 신라가 망한 것도, 고려 말 백성들이 이것이 나라냐며 나라를 저주한 것도, 조선이 막을 내린 것도 그 지독한 당파싸움 때문이다. 그 당파 싸움이 왕도 죽게 하고, 세자도 죽게 하고, 왕후도 죽게 했다. 그 당파 싸움은 지금 남북분단으로 현재진행형이다. 그 대립은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와서 이념논쟁으로 우리를 여지없이 둘로 갈라놓는다. 국정교과서로 이념논쟁이 가열된 것을 보니 선거철이 다가오나 보다. 기가 막힌 것은 당파싸움의 유전자는 지금도 우리 국회와 정부에서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논쟁과 당파 싸움에는 차이가 있다.
논쟁의 목적은 국민이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위해서 법을 법대로 집행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따지고, 법이 국민을 위한 법이 되도록 치열한 논쟁과 합의를 통해서 법을 만들기도 하고 수정하기도 하는 것이 논쟁의 목적이다. 결국 법이 원칙대로 지켜지도록 하고 이를 위해 정치가 마음을 열고 논쟁을 해야 한다. 이것이 건강한 민주주의이다. 국민을 위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파싸움의 목적은 개인의 정치적 야심이나 정치 집단의 이익이다. 이를 위해서 법을 무시하기도 하고, 힘으로 법을 수정하기도 하고,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생겨나는 결과는 항상 힘없는 백성의 고통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역사는 증언한다.  정치가 당파싸움에 빠져들면 백성의 삶은 항상 도탄에 빠진다고.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이며 무엇을 위한 정치인가?
백성 없는 법도 없고, 사람들의 삶의 질과 무관한 정치도 없다. 국민의 기본권과 복리를 위해 법이 있고, 그 법과 질서를 따라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 정치가 있다. 그래서 사람답게 사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새누리당이 아닌가! 국민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부귀를 누리는 묶은 정치가 아닌 국민이 주인인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새정치민주당이 아닌가! 사람을 무시한 법도 정치도 다 무의미하다. 나라의 주인은 백성이기 때문이다.

가장 객관적이어야 할 역사책이 정치인들의 논쟁거리가 된 것이 안타깝다. 국정교과서의 필요를 느낀다면 먼저 역사전문가들에 의해서 객관적으로 논의가 되고 그 결과를 가지고 국민적 합의를 통해서 제정해야 한다. 그런데 정권과 정치가 정략적으로 밀어붙이면 또 정권이 바뀌면 이런 행태는 반복될 것이다. 이 나라는 보수도 진보도 함께 공존해야 할 우리들의 나라다. 역사책을 바꾼다고 비뚤어진 역사적 진실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나라의 책임을 맡은 사람들은 역사책을 바꾸려하지 말고 역사를 바꾸도록 철저한 역사의식을 가져야 한다.

(2015.10.17. 목포새한교회 전희문 목사)